이 여자애가 정말 정말 성격이 여성스럽고 외모도 준수하고 수다스럽고 목소리도 갸냘퍼요. 근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꾸 손을 터치한다고 해야 하나? 같이 학교 이벤트에 가게 됐는데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엄청 친해지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자기 친구들은 대부분 LGBT(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의미) 라고 하면서 그런 축제 갔었는데 재밌었다고 하구요. 물론 저도 LGBT 인 친구들은 많지만 페스티벌까지 가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불현듯 든 이유는, 제가 머리가 숏컷이라서 혹시나 저도 lgbt 일 거라고 넘겨짚는 건 아닐까 해서요.
저랑 친해지려고 엄청 노력하고 먼저 다가와주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왜냐하면 보통은 반대거든요. 외국인이다보니 약간 얕잡아 본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서로 바빠서 굳이 행아웃 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혹시 이 친구가 저를 친구 이상의 감정과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지 걱정돼고 혹시라도 그렇다면 저는 잘못된 사인을 주고 싶지도 않고 상처주기도 싫구요. (예를 들면 저를 너무 배려하는 부분에서 가끔 놀라요. 어떤 이벤트가 8시까지면, 제가 8시까지 있을 수 있어? 하고 물어보는데 "응 네가 있을 때까지 있을게. 당연하지"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으면 저는 놀라요. 제가 너무 개인주의에 익숙해진 건진 몰라도 보통은 친구들이 다 자기 스케줄이 우선이라서요. 먼저 가도 저도 너무 개의치 않고요. 근데 이친구가 너무 저를 우선순위에 두니까, 저도 그래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직 엄청 친한 친구가 된 건 아니기에 굉장히 이른 걱정이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 전 곧 졸업이고 취업 걱정하느라 바쁜데, 사실 예전 소녀감성으로 친구랑 없는 시간 쪼개서 놀 형편은 안돼요. 그러다보니 내가 거절해도 쿨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하고 지내는 게 사실 저도 편하더라고요. 이런 경험 있으셨던 분 계신가요? (외국대학에서 오랜 아싸, 통학 때문에 혼자 다니는 게 너무 익숙해지신 분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친구의 성 정체성 에 당황 하셨던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