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2달동안 공부하고, 9월 1일 항공대에서 시험을 봤습니다.
항공대가 시설이 별로다 말이 많던데, 저는 그런 거 잘 모르고 집에서 가까운 곳 그냥 등록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생각보다는 양호하더군요. 스피킹 웅얼거리는 거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일 것 같았구요.)
26/27/22/27 = 102 이렇게 나왔더라구요.
사실 토플 난이도도 확실히 모르고, 그렇다고 시험 비용이 만만치도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나와줬습니다.
제 목표는 스피킹 20초반 / 나머지 25 이상 -> 이렇게 잡았거든요.
수기랄 것도 없지만, 혹시나 공부하시는 분들 참고나 되시라고 적어봅니다.
저는 2달동안 학원에 다녔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군대 시절 토플 리딩/라이팅 책 사들고 두 달 정도 보긴 했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휘발되어버려서 처음 하는 것이나 다름없더라구요.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능 영어야 그럭저럭 했지만, 대학 들어와서도 교양 영어 외에는 논문 찔끔 외엔 영어를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더랬지요...
많은 분들이 목표를 가지고 토플을 보지만, 사실 저는 조금 막연하게 보았습니다. 당장 필요치는 않았죠.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워낙 혼자 공부하는 타입이다보니, 학원에서 알려준다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득이 될 만하면 취하고, 누가 봐도 스킬 위주다 싶으면 자체적으로 걸러버리고 제 식으로 파고들었죠.
공부시간은... 밥 먹고, 잠자고, 류현진 등판경기 챙겨보고, 일본어 기초 병행하면서 나머진 모조리 때려박은 듯 싶습니다.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메탈리카 보고 온 게 유일한 낙이었네요... ㅜ
RC
사실 리딩이 그나마 좀 가망이 있어 보이는 과목... 이지요?
혼자 군대에서 해커스 리딩책 풀어보면서 대충 맞는 걸 세어보니 이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더라구요.
항상 글을 읽을 때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맥락에 중점을 두어 읽는데요, 노트테이킹은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시험 볼 때는 단락마다 중심되는 내용 몇 단어만 적어두고 말았습니다. (뭐 장점1/장점2 이런 식으로 글의 구조를 분석하고 흐름을 따라갈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았습니다.)
시중에 있는 문제집이나 학원 교재나 조악한 것들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꼼꼼한 문제집이어도 때론 조금 억지스럽다거나, 핀트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집착하지 말고 넘겨버리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학원에서는 유형별로 파악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냥 문제 풀고 과제 맞춰 해가는 정도로 이용한 것 같아요. (그것만 해도 도움이 되겠지요.)
리딩에서 관건은 일단 단어...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아카데믹한 단어가 주로 나오고, 어려운 용어가 자주 등장하니까요. 다들 그렇듯 저도 초록 보카 봤습니다. 학원 교재의 단어 정리나, 이렇게 저렇게 지문 풀면 단어 정리는 꼭 해가면서 챙겼습니다. 당연히 다 못 외우는데요, 어릴 적부터 단어만 붙잡고 외우는 걸 너무 싫어해서 안 외워지면 넘기고 나중에 다시 보는 게 저는 좋더라구요. 초록 보카는 그 안에서 모르는 단어만 (동의어 포함해서) 따로 정리를 해놓았는데, 노트북이 맛이 가서 윈도우를 밀어버리는 바람에 날아가버렸네요. 시험 열흘 전쯤에는 그것만 보려고 했거든요.
시험 임박해서는 리딩 공부는 단어 공부하고 문제 1set나 지문 두어 개 매일 푸는 식이었습니다.
단어 맞추는 문제는 오히려 생각보다 쉬웠고, 지문 길이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짧아서 무난하게 보았던 것 같아요.
걱정이 지나쳤던 탓인지 생각보다는 좀 쉽게 느껴지더라구요.
2번째 지문에서 아리까리한 것이 좀 있었는데, 체감 난이도 치고는 점수가 오히려 리스닝보다 낮아서 예상과 다르네요.
LC
처음 렉쳐를 듣고보니 반절 정도만 알아먹은 것 같더라구요.
수능에서도 리스닝을 무서워했는데 (자꾸 놓치더라구요 제가...), 여기서도 리스닝은 좀 공포스러웠죠.
영어로 된 걸 들어본 게, 음악이나 가뭄에 콩나듯 TED 강의, 유투브에 올라온 학자들 강연 영상 (당연히 못 알아들어요. 그냥 대충대충~) 정도가 고작이었어요.
게다가 컨버도 저는 쉽지는 않더라구요. 오히려 렉처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렉처는 단어가 어느 정도 커버된다면 흐름을 따라가기는 쉽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한 달 정도 지나보니까 디테일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해도, 전체적 흐름을 못 잡는 경우는 없더군요.
학원에서 내주는 딕테이션 과제 꼬박꼬박 하고, 교재 리스닝 다 듣고는 1.1배속 정도로 살짝만 빠르게 해서 다시 노트테이킹만 해봤어요.
별도로 자료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지가 없더라도 노트테이킹 해보는 식으로 연습했습니다.
노트테이킹 하다보니 쓰다가 못 듣는 게 종종 생겼지만, 계속 했습니다. 어쨌든 그게 집중이 더 잘 되니까요.
하루에 1~2시간은 리스닝에 투자했던 것 같아요. 복습 포함해서...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속도'였는데요. 빨라지면 알아듣기 힘들더라구요.
사실 이게 제일 무서웠는데, 결과적으로는 시험장에서는 보통 정도로 들렸어요. 컨버가 오히려 더 빠르게 나와서 좀 당황스러웠네요. 리스닝은 점점 자신감이 없어져서 20초반 정도 기대했는데, 그 날 컨디션이 바닥(전날 몸살이 나서 ㅜㅜ)을 쳤는데도 생각외로 잘 들렸던 것 같아요. 문제의 디테일은 사실 아주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흘려버린 내용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맥락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경우도 있었구요.
(제 경우에는 시험장에 늦게 와서 거의 꼴지로 들어갔기 때문에, 리스닝 더미를 풀 때 남들이 스피킹을 했습니다. 헤드셋 쓰고 있어서 어차피 치팅은 불가능하구요. 그래도 웅얼웅얼하는 소리는 들리기 때문에 차라리 더미 문제 때 소음에 시달리는 게 나았습니다.)
SP
많은 경우 최악의 섹션... 이겠지요?
저는 인토네이션이나 발음 따위가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케이스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토종 치고는) 그보다는 말이 잘 안나오고 자꾸 끊긴다는 게 일단 문제였죠.
다만, 영어로 말을 해본 경험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한 섹션입니다.
하지만 탬플릿이라는 게, 사실 독립형에서나 (그것도 어느 정도 주제가 비슷할 경우에나) 요긴하지, 통합형에서는 그저 전체 구조만 잡는 문장 몇 개만 가지고 들어가게 되더라구요.
독립형은 주제 최대한 많이 준비해서 답안을 만들어보고 (기억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더 힘들어서, 그냥 세부 아이디어 두 개 정도 떠올릴 수 있도록 연습하는 식이었어요.) 휴대폰으로 녹음하면서 연습했어요.
학원에서 제공하는 탬플릿은 그대로 쓴 것도 있고, 약간 바꿔서 쓰기도 하고, 거의 사용 안 하기도 했어요. 특히 렉처 나오는 경우에는 탬플릿이 거의... 무용지물이었다고 생각해요.
긴장하면서 녹음하면 항상 억양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이 더듬더듬 버벅거리는데요, 역시나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스피킹은 참 하기 싫어서 매번 잠들기 직전에 공부하곤 했어요. (미루고 미루다가) ㅜㅜ
저는 FFF 나왔는데요, 말만 하고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준비해서 사실 기대를 안 한 점도 없지 않네요.
한 문제인가는 디테일 하나를 제대로 못 들어서 뭉뜽그려 말했고, 두어 개는 끝을 시간 내에 마치지 못했는데, 그래도 Fair는 나오더라구요.
패러프레이징은 되면 하고, 말면 말고;; (일단 내용을 말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스피킹은 정말로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면 된다고 (제멋대로) 믿습니다. 구성보다도 일단은 내용을 쉬운 언어로 표현하는 게 우선이에요. 연습을 하다보면 입에 붙는 문장들이 조금씩 생겨, 써먹을 구석이 생길지도 모르구요.
WT
사실 별 걱정을 안하다가, 막판에 걱정했는데요.
통합형 리스닝이 생각보다 잘 안들리더라구요 ㅡㅡ;;
독립형은 (어차피 유려하고 좋은 문장으로 쓸 생각이 없는지라) 상대적으로 편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기보다는 그걸 영작하는 게 어려운 거죠? 구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고, 영어는 간결하고 핵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듯 싶어요. 글을 쓰는 걸 싫어하지 않는 터라, 다만 생각을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끊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소스가 부족하다기보다는 그걸 표현할 제 영어 수준이 걸림돌이니까요. 어렵고 화려한 문장을 샘플로 외우기보다는, 무조건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쓰려고 했어요. (저는 주절주절 늘어놓는 편이거든요;;)
패러프레이즈는 단어 수준에서만 조금 했습니다. 사실 이건 리딩을 준비하면서 저절로 되는 것이기도 해요. (동의어 보시다보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 중에서도 자신이 자주 쓰는 단어들은 조금 더 다양하게 준비하는 게 좋죠. crucial=conclusive=important=decisive 처럼 머릿속에 몇 개 집어넣으시면 좋지요. 생각 안 나면 반복해버렸습니다.
문제는 통합형이었는데, 저는 왜 그 2분밖에 안되는 렉처가 리스닝보다 어렵게 느껴졌을까요... 막판에 빡세게 준비하니까 결국 시험장에서는 잘 들리더라구요. (다행스럽게도.)
통합형 탬플릿은 별 거 없죠. 어차피 리딩/리스닝의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사실 많은 분들이 탬플릿 외우고, 모델 에세이 외우시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보다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글이 여러 개 보인다면 채점자 입장에서도 일단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 않겠어요? 참고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만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매일 통합형/독립형 하나씩 쓰곤 했어요. 학원 첨삭을 통해 자주 틀리는 걸 발견할 수 있었구요.
통합형 300자 / 독립형 450자 정도 쓰고 나온 것 같습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쓸 만큼 썼다 생각하며 이미 텅 빈 시험장을 거의 마지막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따로 영어실력이 기존에 갖춰져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카투사 지원해보려고 토익 한 번 본 게 전부였는데, 그게 800 중반 정도 나왔습니다. 3~4년 전 일이네요;
수능 영어를 어느 정도 따라가실 정도라면 두 달 하고도 어느 정도의 점수는 가능한 것 같아요.
혹시 저와 비슷한 처지이신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