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글로벌 특파원 7기 햄입니다. 이번엔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채로 오스트리아를 가게 될 경우 독일어를 배우는 게 좋을까? 하고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글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이니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적당히 적용하시길 바랍니다 !
저는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는, 정말 자기소개도 할 줄 모르고 알파벳 조차도 모르는, 구텐탁과 당케만 할 줄 알는 사람이었습니다. 독일어는 배워본 적도 없고 가까이 해 본적도 없는 그런 백지의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갔다가 낭패 당하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짜피 영어는 세계 공통어니까 가서 영어로 말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생활하는 데에는 나쁘지 않을 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Summer 학기를 가는 (3월부터 6월까지의 학기) 교환학생이었는데, 오리엔테이션이 2월 중순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리엔테이션은 필수로 참석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짜피 2월 중순에 가야하는 거, 2월 초로 조금 앞당겨서 독일어도 좀 배우고 생활 적응도 할 겸 수업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나중에 혹시 자격증을 따게 될 경우 유리할 것 같기도 했고요. 실제로 혹시 배우다가 괜찮으면 독일어 자격증을 딸까도 했지만,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어 수업으로 ECTS(유럽의 학점 시스템)를 채우려는 생각도 했고요. 유럽의 학점 체계와 한국의 학점 체계가 달라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이 수업을 들은 뒤 성적을 받으면 저희 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소 학점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최소 학점이란, 교환학생으로 보낸 학기를 인정 받기 위해 가서 최소한 몇 학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한국 학점 기준으로 3학점만 외국학교에서 공부하고 성적을 받으면 교환학생으로서의 학기가 인정되었습니다.)
학교에 합격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메일이 옵니다.
그러면 등록하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등록하시면 돼요! 하지만 여기서 살짝 고민이 드실 수 있는게, 비용이 들어요.
교환학생은 경우 두 번째 180유로의 비용이 드는데, 솔직히 엄청 많은 돈이잖아요? 물로 대학교 학비가 다 비싸긴 하지만... 그래서 정말로 한 번 들어볼까? 하는 마음에 신청할만 한 비용은 아니라고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약간 부분 등록과 비슷한 느낌이라, 솔직히 수업 퀄리티는 정말 그 돈을 낼만한가 의심스럽지만 학점을 따려고 듣거나 사정상 그렇게 들어야만 해서 신청하잖아요. 이 수업은 딱 그런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리고 만약 어느정도 독일어를 할 줄 아신다거나 이미 자격증이 있으신 분인데 또 더 높은 레벨을 따고 싶어서 듣는 분들은 또 Placement 테스트를 볼 거예요. 하지만 저의 경우 정말 알파벳도 모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최고 낮은 레벨로 넘어갔고, 그래서 Placement 테스트를 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슬프지만 제가 출국했던 때는 오스트리아에 확진자가 한창 많아서 상황이 안좋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지만 선생님께서 학생 참여를 유도하고, 그리고 녹화 강의가 아닌 실시간 강의 형태라 수업의 퀼리티는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카메라도 제대로 켜놓게 시키셔서 딱히 딴짓하거나 집중 안하는 친구들도 없었구요. 수업 핸드 아웃을 주셨고 한 개의 챕터를 하루에 한 개씩 끝내셨어요. 2월 4일부터 2월 24일까지 주말 빼고 매일 아침 9:00시 부터 10:30분까지 수업하고, 중간 쉬는 시간 15분 후에 다시 10:45분 부터 12:15분까지 수업을 들었습니다. 내용이 워낙 기초 독일어라 그런지 막 힘들지는 않아요 !! 그래도 전 관사 부분 부터 한참 해맸습니다. 다음은 제 수업의 Syllabus입니다. 대충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지 감이 오셨으면 하는 마음에 올립니다 !
출석이 은근히 중요했어요. 80%를 넘으면 성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출석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보는 interim test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기초 독일어라, 기본 단어와 알파벳이나 기본 표현들을 보는 거라 정말 부담 안가지셔도 됩니다. 마지막에 Short essay라고 해서 살짝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사실 매일 거의 3시간씩 독일어 공부를 하는 건 상당히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되는 것이라 정말 짧은 에세이 하나 쯤은 쓸 수 있어요. 다 배운 표현을 그냥 이름을 바꾸거나 나이를 바꾸거나 단어를 바꿔서 적으면 되니까요. 이 수업을 듣게 되신다면 정말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라츠 대학교는 Moodle이라는 사이트를 제공해줍니다.
Moodle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하시면 본인이 신청한 수업 리스트가 나와요. 지금은 독일어 수업이 성적까지 나오고 전부 끝나서 리스트에 없지만, 처음에는 독일어 하나만 있었습니다.
여기서 과제나, 수업 자료라던지, 시험볼 때 문제지를 다운로드 한다던지 등등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요. Moodle에서는 학기 중에 듣는 수업들도 많이 열리고 이용하니까 그라츠 대학교를 가시는 분은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
저는 추천합니다 ! 물론 저에게 수업을 듣고 나서 뭐가 남았냐고 물어본다면 (1) 독일어로 자기소개하기 (2) 독일어로 숫자세기 (3) 마트가서 대충 단어 뜻 짐작하기 (4) Wo is dad? was is das? 와 같은 기본 질문 하기 (5) 독일어로 아침, 저녁 인사 하기 이 정도 입니다. 정말 별거 없죠. 하지만 제가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독일어 수업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수업의 경우에는 교수님이 학생들끼리 왓츠업(=유럽이나 미국에서 우리나라 카카오톡처럼 쓰이는 어플) 그룹(=단톡)을 만들게 시킨 뒤 공부하다가 서로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덕분에 국적도, 언어도 모두 다른 친구들끼리 한 채팅 그룹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모르는 것이나 숙제, 시험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면서 서로의 이름이 익숙해졌을 때 쯤, 누군가 한 명이 한 번 만나자고 제안을 했고 저희 수업의 친구들을 거의 전부 모이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그라츠의 유명한 장소도 가고, 볼 일이 있는 사람들은먼저 가고, 몇 명을 남아서 계속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교가면 어짜피 수업 듣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지않아? 굳이 돈 내고 독일어 수업을 들으면서 친구를 만들어야 하나? 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만이 가진 특징이 있는데, 첫 번째는 다들 독일어를 못하나 외국으로 공부를 하러 올 만큼의 영어 실력은 갖추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라츠 대학교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 시국에 교환학생을 간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었고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실 온라인으로 보는 상대와 친해지기는 어렵잖아요. 그리고 다들 어짜피 온라인 수업이라 그라츠 근처에 방을 구한 것이 아니라 다들 자기 고향에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대면으로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독일어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서로 독일어를 전혀 못한다는 점과 외국에 공부를 하러 왔다는 점, 그라츠 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는 점 등등이요.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섞여 있어서 서로 소외감 들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친해졌습니다. 저도 이 수업에서 친해진 친구랑 만나거나 집으로 초대받아서 친구 나라의 음식을 대접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한국 음식을 해줬구요.
그리고 이유를 덧붙이자면, 그라츠는 나름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들었는데도 독일어를 못하니까 좀 불편했어요. 예를 들면, 마트에 가서 소금과 설탕을 찾는데 Salt와 Sugar를 못 알아들으셔서 마트에 쇼핑하고 계신 다른 분이 통역해주셔서 찾았어요. 그리고 2+1 제품을 샀는데 3개 가격이 찍혀 있길래 직원에서 물어보려고 했으나 직원분은 영어를 전혀 못하셨구요. 그리고 이 외에도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한참 번역기를 돌려서 어떤 제품인지 확인하고 산다던지, 간단한 문제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오래 질질 끈다던지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저는 그래서 정말 기본 문장 구조만 외웠습니다. 급할 때 쓰려구요. 그리고 숫자도 1-10까지라도 외워놓으면 정말 유용해요. 독일어로 하는 자기소개는 독일어를 쓰는 친구에게 사용하기 위해... 은근히 외국애들이 자기 나라 말 사용할 줄 안다고, 그러면서 보여주면 호감도 급상승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이 한국말로 자기소개하면 신기해하는 것처럼요. 또 어느정도 그 나라를 살아가는데 보여줄 수 있는 존중의 의미이기도 하고... 여러 모로 언어는 다양하게 배워놓으면 플러스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제가 수업을 들을 때 찍어뒀던 사진들입니다 !
이것이 제가 준비한 답변입니다 ! 독일어 수업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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