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채용에 있어선 지역색이 매우 강한 사회입니다. 학부건 로스쿨이건 MBA건 자교에서 멀리 떨어진 회사가 굳이 대학까지 신입사원 찾으로 오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있다면 동창이 주력인사로써 소개하는 회사에서 찾아오던가).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이 아이비리그로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고, 반대로 월스트리트의 대기업이 굳이 스탠포드나 UC버클리로 찾아오는 경우도 동부 명문대에 비해선 확실히 적습니다.그나마 아이비리그등 아주 명문대거나 혹은 특정 분야에선 매우 강세를 지닌 대학이 아니면 굳이 다른 주에서 비행기타고 찾아오는 경우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대학을 진학하고, 향후 현지취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역”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에서 일하건 관계없이요. 꼭 IT만이 아니라, Wall Street 조차도 뉴욕밖의 인재는 잘 안뽑기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인데, 한국은 서울 우선주의가 매우 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건 대학이건 내집이던 일단 "인서울"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목표지, 자기 지방에서 평생 머물거나, 자기 지역에서 발달한 산업군에서 일하고 싶으니, 서울의 대기업을 버리고 간다, 이런 개념은 잘 나타나지 않죠. 소위 "서울공화국" 적인 분위기로 인하여 취업준비생들의 지역선호 현상이 와해되버린 탓에, 미국의 지역기반 채용 문화를 이해하기가 어려워 진것 아닌가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유명 IT 회사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시애틀에 본사가 있습니다) 들이 가장 많이 채용하는 곳은 캘리포니아 내의 대학들입니다. 가장 많이 채용한 대학교 Top20위내의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비율에 있어서, 애플은 60%, 구글은 35%, 페이스북은 45%의 비율을 보이며, 특히 스탠포드와 UC 버클리가 압도적인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부 대학들 중에선 꼭 Stanford 나 버클리 같은 굉장한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많이 채용하는 경향도 볼 수 있죠. 반면에 타주나 다른 국가에서 뽑아온 대학들은 전부 그 지역/국가 최고의 대학이거나, (하버드, 칭화대 등) 혹은 공대 등에서 매우 강세를 보이는 대학 (미시간, 카네기멜론, 텍사스 주립대, 일리노이 등) 만이 보입니다. 결국 탑 IT 회사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꿈의 직장" 에서 자기 프로그래밍 실력을 마음껏 뽑내고 싶다, 라고 하신다면 동부의 브라운대학이나 존스홉킨스 등 사립명문대 보다, 오히려 서부의 주립대에서 공대 나오는게 더 나은 초이스일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걸 보면, 미국애들이 그냥 “날씨 좋은 곳” 혹은 “집이랑 가까워서” 아이비급 사립대 합격해 놓고, 주변 주립대에 진학하는게 아닙니다. 학비차이 뿐만이 아니라, 향후 취업을 놓고 봐도 자기 주변 지역의 대학에 가는게 훨씬 유리하니까 주립대에 가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겉으로만 보고 미국인들은 정신력이 약하다고 단정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아마도 미국의 취업 시스템을 잘 몰라서 하는 코멘트 겠죠. 만일 계속 이런식으로 오해하고선 사립명문대 들어가 놓고 가만히 있으면, 졸업할 떄 오만의 대가를 톡톡히 치루게 됩니다. 그러니까, IT 에서 일하고 싶다면 서부 (특히 샌프란시스코 등), 금융에서 일하고 싶으면 뉴욕, 자동차등 제조업에서 일하고 싶으면 중서부를 택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님이 HYPMSC에 가는게 아니면요. 게다가 미국은 공채가 없습니다. 필요한 인재를 수시채용하거나, 미리 캠퍼스 리쿠르팅으로 확보하는 식이죠. 그래서 네트워킹이 더욱 중요합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 입시준비생 이나 학부모이시면, 하버드/스탠포드급 에 진학하는 것이 아닌 이상대학순위 10위 -20위 차이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4년뒤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어느 분야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쪽 산업이 발달한 지역은 어디이며, 이 지방에서 좋은 대학은 어디인가? 를 잘 파악 하고 가시는게 더욱 현명할 겁니다. 미국도 네트워크 사회입니다. 대학교 떄 굳이 학교까지 찾아와주는 회사들을 캠퍼스 리쿠르팅 이벤트에서 접촉하고, 인턴쉽 따내서 여름에 일한 경력이 없으면 여러분이 아이비리그나 탑 주립대를 졸업했다고 미국에서 뽑아줄 현지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비리그나 좋은 대학 나와서 현지취업 못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억지로 대학원에 간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고 나서 깨달은 겁니다. 학생때는 대학의 이름을 보지만, 사회는 여러분의 전공과 인턴쉽 경력을 봅니다. (심지어 왠만한 수준 이상에선 GPA 보다도 더 중요하게 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많은 주변의 한국학생들은 인턴쉽의 중요성을 간과해서 그냥 안해버리고, 한국에 와서 놀거나 선행학습 등을 합니다. 이러면 영주권이 있는 학생도, 졸업반 떄 왠만한 회사는 다 떨어집니다. 영주권이 있어도 좋은 회사들은 미국인끼리도 입사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니까요. 반면에 인턴경력 착실히 쌓은 사람 중에선 영주권이 없어도 스폰을 받고서 일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 친구는 심지어 마케팅 회사에서 스폰받고 일합니다)
미국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미국식 관점으로 미국사회를 해석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요즈음에 떠오른 생각입니다. 우선 제 앞에 놓은 "취업" 이라는 관문을 놓고 보았을땐, 한국식 "인서울주의", "대학서열화", "유명한 회사" 라는 마인드로 미국을 해석해선 곤란하겠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ㅎㅎㅎ
한국의 위 3대 요소는 어쩌면 "서울의 대기업과 명문대가 모든 우선권을 쥐고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한국식 현상일뿐, 모든 국가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닙니다. 미국은 넓고, 그래서 뉴욕이 모든 산업을 독점하고, 구글이나 GE 밑에 수많은 더 "못한" 회사들이 등급별로 나눠져 있고, 아이비리그가 아니면 좋은 직장이나 직업을 얻을 수 없는 구조가 아닙니다. 몰론, 미국이 더 낫다는 것은 아니며, 다만 신입으로 들어가는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결과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