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에 유학생 신분으로 의대에 지원해서 합격하고 후기를 남겼었는데 시간이 엄청 빠르네요.
미국 의대에는 이런 말이 있더라구요 P=MD 통과만 하면 어떻게든 의사가 된다고..근데 유학생들에겐 아무 의미 없는 말이란 것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영주권을 지원해줄 레지던시를 해야 하니까요. 의대 붙기만 하면 과랑 상관없이 욕심 부리지 않고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붙고 나니 쉽지 않았어요. 의대오기 전부터 쭉 관심 있었던 연구도 해보고 싶었고 가정의학과/내과/소아과 보다는 흉부/정형/신경/혈관/성형외과 쪽이 자꾸 눈에 밟히니 1학년 내내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한국과 반대로 외과 계열은 보통 내과계열보다 경쟁이 훨씬 더 심하거든요
그런던 중 2학년 때 좋은 기회가 생겨 Step 1 (240-270)을 치고 보스톤으로 가서 1년 동안 지내며 석사를 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본교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다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이 더 늘진 않았어요. 이 1년 동안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연구도 많이 하고, 논문도 내고, 학회도 많이 참석하고, 덕분에 한국에도 한번 다녀올 수 있었네요. 분명 저에게 좋은 기회였지만 마음 한구석엔 불안함이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쓰고도 결국 제가 원하는 과에 붙지 못하고 떨어진다면 다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본교로 돌아와 본3을 끝내고 나니.. 세상에 코로나라니. 보통 4학년 때 큰 학회에 참석해서 가고 싶은 대학병원 사람들도 만나보고 해야 되는데 1년 석사 하면서 다닌 학회들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유학생이라 최대한 학회가서 인맥도 넓히고, away subi도 해야되는데 전혀 못 했으니.. 이때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 걱정에, step 2걱정, 제 앞날 걱정에, 상당히 불안했어요. 유학생인 제게 safety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 은사님과 오랜 상의 끝에 일반외과 (general surgery)와 제가 가고 싶어 했던 integrated surgical subspecialty 를 동시에 지원했습니다. Step 2는 260-280정도였고 의대 재학중 CV는 original publication 6-8, podium 10-15, poster 20-25, 학회/교내수상내역 8-10.
어차피 전처럼 비행기를 타고 면접 보러 갈 것도 아니었고 빚을 좀 더 내어 최대한 많이 지원했어요. 일반외과 40, integrated 30으로 지원했습니다. virtual interview라 다행히 interview invite이 오면 대부분 볼수 있었습니다. 면접은 31곳에서 봤고 (integrated 22, general surgery 9) 31곳 랭킹했습니다. 상당히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Stanford, UPenn, Mt. Sinai등등 이름있는 곳은 면접 후에 지역 특산품, 선글라스, 목도리 등등을 보내주는 곳도 있었고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면접 전날 Uber Eats/Door Dash 등등 통해서 Meet & Greet동안 시켜 먹을 20~40불을 크레딧으로 보내줬었어요. Meet & Greet은 스탠포드 빼고는 레디전트끼리만 대화하는 분위기였어요. 부담 없이 프로그램 장단점, case volume 등등 물어볼 수도 있었고 다음날 면접 때 제 interest를 어필하기 용이했습니다. 면접 날은 노트북 위에 캠 달고 그 뒤에 더 큰 모니터로 저와 면접할 교수님 프로필, 어디서 수련했는지, 어떤 연구를 했는지, 학회에서 어떤 발표를 했는지, 유투브엔 어떤 관련 영상에 나왔는지 등등 면접 도중 시선 분산시키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써먹을 수 있도록 배치했고 면접 마치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기 전에 면접내용을 간단히 필기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은 면접이 8시간인 곳도 있었고, 짧은 곳은 1시간 반 정도 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루에 2 프로그램 연달아서 오전 오후 볼 때도 있었고 주말에 볼 때도 있었습니다. 겨울 내내 스케쥴이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3월에 결국 제가 원하던 integrated surgical subspecialty rank no.7에 match되었네요. 전 general surgery 너무 싫었지만, 그마저도 떨어질까 봐 사실 여자친구, 친구들에게 말도 안 하고 혼자 확인했었어요. 그땐 어디든 영주권 지원해주는 곳으로 붙기만 하면 웃으면서 다닌다고 해놓고 요즘은 한주 80-100시간 넘나들며 새벽마다 울면서 병원갑니다ㅋㅋ. 2016년도와 마찬가지로 이 글도 미국에서 의대를 준비하는 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적었어요. 유학생이라고 무작정 포기하지 말고 ACGME, AAMC Residency Explorer, ERAS, Charting outcomes 등등 objective data를 스스로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세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고 포기하라고 해서 시도도 안 하면 나중에 무조건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저번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연락할 생각 없습니다. 다른 유학생들이 볼 수 있게 댓글로 적어주세요. 질문이라면 조금이라도 제 anonymity가 compromise 될지 한번 생각하고 해주세요. Compromise 안된다고 생각되는 질문에만 답하겠습니다.
2016 의대 지원 후기: https://www.gohackers.com/?c=job/job_info/medical_school&uid=392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