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살면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시절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전 한국 방송 모 프로그램에서 장애인들의 생활과
힘들고 불편한 점들을 상세히 보여줬는데 정말 쉴새 없이 한숨이 새어나왔다.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서울시내를 걸어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하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인데 장애인이 혼자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닌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우리 실정에 맞게 길들여져서 나름대로 생활하는
방법을 터득했을지는 모르지만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일반인에 비해 분명 몇곱절 더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미국에선 장애자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안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돈을 구걸하는 장애인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며 자동차를 운전하는 평범한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을 말이다.
내가 졸업한 대학에는 많은 장애인들이 일을 한다. 학교 서무과에 근무하는 사람은
대부분 머리가 하얀 노인들이며 학교식당에는 소아마비 청소부가 있다.
비장애인보다 훨씬 일처리가 늦긴하지만 늙은 사람, 신체가 불편한 사람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미국에선 많은 장님들이 얇고 긴 막대기를 휘두르고 다니는데 이것은 앞에
물체가 있는지, 땅이 고른지등을 감지하는 구실로 쓰이는 막대기(노인이 사용하는
지팡이와 다름) 로서 그 명칭을 확실히 모르겠다 .
암튼 종종 장님들이 주변에 있는 사람을
막대기로 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나도 한번 맞아본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별로 아프진 않았지만 무지 민망하다.) 난데없이
막대기로 맞았으니 눈살이라도 찌푸릴만 한데 미국인들은 오히려 앞 못보는
사람에게 미안해하며 얼른 길을 비켜준다.
물론 속으론 무슨 생각을
했을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속마음이 어떻든간에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장애인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는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 장애인을 위한 장학금과 복지금, 누르기만하면
열리는 자동문,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인도와 버스 등등...
미국에는 장애인들을 양지에서 살 수 있게해주는 시설과 제도가 있다.
우리 아버지 친구분중 심각한 하체 장애를 안고 있는 분이 계신데
이분은 Connecticut 의 어느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을 하고 계신다. 나라에서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으며 그분 댁에 가면 정말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이 편리하게 되어 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 침실부터 시작해서 장애인 전용
자동차는 휠체어에 온몸을 의지하시는 그분을 하루 하루 살게 해준다.
미국은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잘 되어있기에 장애인들은 그 제도안에서
특별히 보호받고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학교, 직장및 기타단체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을 불공평하게 대우했다가는 법의 심판을
받게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도 감히 장애인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걸 보면 미국이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혜택을 받지 못한채 음지로
버려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씁쓸하고 가슴아프다.
남들처럼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만으로도 서럽고 괴로울 이들을
떠올리니 이것이 그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남이 바꿔주겠지... 언젠가는 좋은 세상이 오겠지... 하면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나부터 한가지씩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