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훌쩍 넘은 시간동안 제가 올린 글이 Best섹션에 남아 여러 석,박사생 분들의 축하댓글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을 보고, 또 몇몇 분들이 제 근황(?)이 어떠한지 궁금하다고 하셔서 아무것도 아닌 제가 또 감히 글을 남기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들 COVID-19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무엇보다 건강을 항상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제 가까운 지인 분께서 작년에 임용되고 일을 시작하신 후 이번 봄에 확진판정을 받고 입원해계셔서 무엇보다 공부와 연구로 지치신 모든 분들이 아무쪼록 아무탈 없이 건강하게 학업 이어나가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얼마 전 코로나 사태 속에 아주 예쁜 공주님을 (제 딸이어서가 아니라 어쩜 이리 이쁜 아이가 태어난 건지 아직도 신기합니다. ^^) 새 식구로 맞이하는 일이 있었고, 요즘 아들놈은 '아빠 행복해? 아빠 요즘 행복해보여~!'라는 소리를 가끔 합니다. 지난 2년 동안의 또 다른 변화는 저희 가족이 한국으로 귀국을 결정하고, 제가 한국에서 다시 이번 가을학기부터 조교수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5월에 한국으로 귀국을 하고 자가격리 기간을 마치고 한국에서 필요한 생활기반을 준비 중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임용될 기회가 있을까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회의적이었고, 연구기회나 지원이 막연히 한국보다는 미국의 학교들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 왔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일단 테뉴어 심사 이전에 있는 3년 차 중간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압박(?)이 있던 터라 진행하던 제 개인 프로젝트와 공동프로젝트를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것만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목표했던 7개의 저널 논문 출간계획은 운 좋게 1개 초과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아내가 다른 지역에서 임용되어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미국 내에서 이직이나 현재 있는 곳에서 부부임용 프로세스를 준비 중이었는데, 둘째 아이의 소식과 함께 마침 아내가 작년 겨울 모교에서 연락을 받고 여러 측면에서 고민 후에 귀국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번 봄부터 몇몇 학교에 지원을 하고 저에겐 과분한 곳에서 가을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한국의 임용소식에 사실 제 주변 분들이 다들 놀라는 반응들이어서 재미있기도 하였습니다. 다들 제가 워낙 미국생활에 적응을 잘 한다고 생각들을 해서인지... ^^ 제 멘토 교수님과 어드바이저 교수님 두 분은 한국에 인연이 깊게 있으셔서 매 방학때마다 혹은 학기 중에도 방문을 하시는 분들이라 미국에서 지낼 때 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을거라고 좋아들 하십니다. ^^ 제 어드바이저는 당장 코로나 끝날 조짐이 보이면 바로 안식년을 제가 일하게 될 학교로 올거라고 비지니스 석으로 티켓을 준비해 놓으라는 실없는 농담을 하더군요. ㅠㅠ
저희 부모님들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했던 분들이라 사실 제가 미국에서 졸업하고 어찌어찌 나름 알려진 학교에서 취업을 한 후에도 미국 대학들을 전혀 모르셔서 여전히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워낙 공부에 취미가 없던 놈이라 정말 취업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 늘 걱정이셨던 분들인데, 이번에 한국에 귀국해서 임용 준비 중에도 떨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이 많으셨는데 이제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너무 기뻐하시니 민망하기도 합니다. ^^ 저에게 처음으로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셨던 학부 교수님께서는 본인이 저보다 더 기뻐하시고 '금의환향'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때 제가 얼마나 느리게 그리고 더디게 살아왔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12년이었네요. 사실 전 학위기간 동안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학생이었습니다. 석사 과정 때 스크립트를 빼곡히 써서 발표 내내 스크립트만 보고 읽고 내려오기도 했고, 처음 영어로 본 시험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해당과목 교수님께 (부학장이셨습니다 ㅠㅠ) 장문의 이메일과 제가 공부한 증거들을 보여드리고 원래 2시간짜리 시험을 4시간 허락한 재시험을 보게된 적도 있고, 그렇게 진학한 자대 박사과정 첫 해에 제 지도교수님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셔서 프로그램을 옮기게 되어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육아라는 핑계로 제 동기들보다 길게는 2년 졸업을 늦게하게 되었구요. 어려운 경제사정때문에 방학 때에는 항상 교내 알바자리와 임시 RA일들을 구해서 투 잡을 뛰어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얼마전 저보다 1년 늦게 졸업한 정말 친하고 아끼는 박사과정 후배 녀석과 통화하던 중 그 녀석이 저보고 '형. 그동안 너무 몸 생각도 안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거 주변 사람들은 다 알아요. 너무 축하드리고 이제 즐기면서 사세요.'라고 하는데 창피하게도 전화하다 말고 꺽꺽 울기까지 하였습니다. 아... 창피...
아마도 이 글을 마지막으로 제가 주제넘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기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을 합니다. 여러부분에서 저는 여기에 오시는 분들보다 부족하고, 또 그것이 저에게는 컴플렉스였고 그래서 뒤쳐진 채로 늦게 학위를 마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지난 12년의 시간동안을 돌아보며 배운 것은...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기회와 맞는 때는 온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한 달, 일 년 늦어진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 본인을 스스로 믿고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제 근황소식이 부디 어떤 분들에게는 힘든 이 상황에 위로가 되는 글이길 바라며 줄이겠습니다.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건강 유의하세요!
2020년 8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