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에는 처음 글을 써 보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디다 얘기를 털어놓고 싶긴 해서 찾아왔어요.
다들 간결하게 잘 쓰시는데 막상 털어놓자니 주절주절 댈 것 같습니다.
자연계 박사생이고 제가 오기 전 교수가 따놓은 프로젝트가 있어 처음으로 RA로 일하는 중입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무척 설렜었는데 시작하고 매일매일이 새로운 난관.. 거의 끝나니까 좀 버틸까 했는데 목이랑 허리디스크 재발하면서 아 이게 마냥 참을 일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교수에게 다음 샘플링 하기 전에 이번에는 미리 계획을 해보는게 어떨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직접 대면하고 얘기할 때에는 뭔가 앞으로의 전망이라든지 지금까지 데이터 패턴 등으로 화제를 돌려서 일단 때마다 살짝 다독여지기만 하고 다시 또 계획없이 무방비 상태로 정신없이 일하기를 몇 번 반복, 자꾸만 스트레스만 쌓여가서 이메일에 다 털어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메일 읽었다고 운을 떼더니 바로 넌 박사생인데 일을 안하려고 드냐고 소리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당황스러웠어요.
이번 학기에 어떻게 힘들었다고 얘기하는게 언짢았나 계획을 미리 세우자는게 주제 넘었나 혼란스럽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데
뭐가 하드하다는거냐 자 가지고 크기나 재는건데 그 뿐이다, 어떻게 6시간만 일한다는거냐. 뭘 더 계획하냐 다 얘기했는데. 필요한거 다 있는데 뭐가 불만이냐.
측정 방법이 힘들다는게 아니다. 6시간만 일한다는게 아니라 샘플링 몰아서 할 때 제가 이제 목과 어깨가 온전치 않아서 간간이 쉬어가며 하면 10분씩 휴식이라 가정했을 때 쉬는 시간 넉넉하게 어림잡으면 6시간일 수 있다는거다. 한번도 일 안하겠다 적게 하겠다 한 적 없는데 어찌 그러시냐 했습니다.
랩미팅은 선택사항이다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저만 그렇게 들은 것도 아닌데 랩미팅 늘 있는거다 왜 너만 그러냐고 하여 아 제가 잘못 알아들었나봐요 했더니 그래 첨부터 왜 넌 계속 잘못 알아듣냐..
제가 하지 않은 말들로 질타를 하니 감정이 마구 올라와서 울음이 터지더군요. 결국 교수는 우리 둘 다 감정이 너무 격해졌으니 일단 그만하고 이번 주중에 다시 얘기해보자 하며 나갔습니다.
첫주부터 매 단계마다 새로운 난관이었고 그마다 공통적인 특징은 무계획과 떠넘김, 그러나 높은 기대.
앞부분은 그냥 내가 좀 더 일해서 마저 채우지 그런 생각으로 했습니다.
샘플링은 교수 포함해서 최소 3명이 일하며 각자 맡은 단계와 일의 양이 있었어요. 첫날은 다같이 마무리를 했는데 둘째날에 갑자기 끝나기 한시간 전에 교수가 자기는 집에서 난리가 나기 때문에 가야 한다고 하던걸 다 그대로 둔 채 너네 마무리할 수 있지? 하고 바삐 사라졌습니다. 얼떨결에 그리고 어쩔 수 없다고 하니 떠맡긴 했는데 분업시스템에서 원래 맡지 않은 일을 얹어서 하는건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더군요. 마지막날에도 그렇게 가시는데 우리 다음부터는 끝나는 시간을 좀 앞당겨서 마무리를 다같이 하는게 어떻겠냐 했더니 사이언스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또 휘리릭..
그렇게 말씀하시니 꾸역꾸역 다 맡아서 했고 뭐 스트레스야 그냥 받는거지 했는데 다음날 침대에서 못 일어났습니다.
이대로는 할 수가 없다고 좀 늦었지만 그렇다고 판단했어요. 아프기 때문에 불가능하기도 하고 뭔가 지속가능한 계획을 서로 의논해보자 그런 의도로 이메일을 보낸건데... 아침부터 전에 없던 위압감까지 넣어 마구 때려맞으니 하루종일 멍했고 생각해봐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영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좀 갖고 이번주중에 다시 얘기하자는데 이런 식으로 결국 달라지지 않으면 가망이 없고 그보다도 당장 그날 뭐 어떤 말이 나올지 두렵네요. 그렇게 화낼만한 부분이 어디였는지 짚어야 하는지 제가 힘들었던 부분들을 말하고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조언을 구해야 하는지 뭔가 제안을 해도 되는거긴 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