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유학 준비하시는 분들이 주로 들어오시나봐요.
저는 이미 5년 반을 여기서 지낸 사람으로, 아래 글들을 보니 나도 저랬나 싶습니다.
저희는 남편이 직장에서 보내준 케이스라 돈걱정이 별로 없으니 남들보다는 쉬운 편인데,
그래도 돌아보니 쉽지만은 않은 세월이었던것 같아요.
가장 힘든건 나 아니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선 부지기수로 많다는 거지요.
내가 아프면 애들이랑 남편 먹을 것은 어쩐답니까..
한 두끼는 사먹는다 쳐도, 햄버거를 맨날 먹을 수는 없는 일인데다가 한국 음식점은 찾기도 힘들고 있어도 비쌉니다.
엄마가 해주시는 밥은 고사하고 배달 짜장면이라도 그리워지지요.
저는 그래서 하도 긴장을 하고 살았더니 2년쯤 지나
원형탈모증이 생기더라구요.
게다가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 라이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한국처럼 셔틀 타고 학원 가는 나라가 아니니 피아노, 수영, 발레 같은 과외활동을 시킬려도 전부 다 제가 운전해야 하는데,
게다가 아이가 둘이면 오후를 길에다 묻어야 합니다.
틈틈히 남편 학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것도 제 몫인데
라이드와 쇼핑을 합쳐 차를 제 몸처럼 생활하다보니 이젠 차정비도 저혼자 합니다.-_-V
이웃간의 갈등도 무시 못하지요.
유학생 사회는 좁기 때문에 누구네집 숟가락 몇 개인지도 서로 환합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면 시기와 질투가 있게 마련이고
내가 끼기 싫어도 어느새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공부 하는 남편은 뭔가 이루어 가는데 나만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것 같다는 열등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집 사고 차 바꾸면서 잘 사는데 우리는 언제 그래보나 하는 마음,
그러다보면 내 신세를 내가 볶는 소모적인 상황이 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타국 생활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곳에서 가족간의 정이 더 돈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도 친척도 없이 매일이 그날같은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 가족에게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가 남편이라고 단언하는데
긴시간 서로만 바라보고 의지하며 살다보니 정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아이들도 한국에서보다는
엄마아빠 볼 일이 더 많아서 좋아하구요,
아이를 위해주는 미국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여유있는 자연환경 같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구요.
저희 애들은 한국서 감기 달고 살았는데 여기는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지금껏 병원 한 번 안 가봤어요..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저는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이 곳에서 보낸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검소하면서도 삶을 즐기는 태도를 미국에서 배운것만으로도 저는 만족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