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제목에 썼다시피 순수하게 독학입니다. 고우해커스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인강조차 듣지 않았습니다. 순수하게 해커스 토플 정규+액츄얼 두 가지 교재만 공부하였습니다. 대신 공부기간은 좀 긴 편이었네요. 액츄얼은 실전 대비용으로 시험 1달 전에 4권 모두 풀었지만 그전에 정규는 한 권에 1달씩 푸는 걸 목표로 천천히 공부했습니다. 심지어 정규 이건 리딩 따로 리스닝 따로 모두 따로 풀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공부한 기간은 반 년 가까이 됩니다. 다만 학기 중에 공부를 했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공부 시작부터 시험 치기까지는 1년은 지난 거 같네요. 공부한 기간에 비하면 높은 점수는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각설하고, 첫 토플인 만큼 기본 영어 실력이 어땠느냐도 말씀드려야 할 거 같네요. 솔직히 말하면 기본 영어 실력에 특별한 점은 없었습니다. 공인어학점수도 없었고요(토익도 안 쳐 봤습니다) 수능 영어 상대평가였던 시절에 3등급 받았습니다. 그리고 스피킹 점수 보면 아시겠지만 영미권에서 생활한 적도 없고요. 부끄럽지만 그 흔한 해외여행도 한번 못 가 봤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토플 공부를 시작한 것이 제 인생 영어 공부의 첫걸음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영역별로 제가 공부를 어떻게 했었는지 공유하는 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겠죠. 리딩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리딩(30점)
리딩 공부할 때 저만의 특이점이라면, 어휘 공부를 따로 안 했습니다. 이게 뭔 소리냐 그럴 수도 있는데 전 어릴 적부터 단어 하루에 뭐 30개 100개 이렇게 외우는 게 딱 질색이었거든요. 저희가 어려서 한국어 배울 때 단어 따로 외웁니까? 절대 안 그렇지요. 물론 단어를 외우면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만 전 좀 효율적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단어장을 따로 외우기보단 문제를 푼 후 그 문제에서 몰랐던 어휘를 체크한 후 그 단어를 문맥 속에서 이해하고 외우는 방향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맥을 파악하는 게 핵심입니다. 일대일 대응은 아니겠지만 토플에서 어휘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리딩의 어휘 문제일 텐데요, 사실 이 문제들은 선지의 모든 단어 뜻을 꿰고 있지 않아도 문맥만 잘 파악하면 소거법으로 쉽게 풀리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초고득점, 110점 이상이나 120점 만점이 목표라면 이런 공부법이 헛점이 있겠지만 100점 이상 정도가 목표라면 아마 문맥을 활용하는 편이 백번 나을 겁니다.
또 이 소거법이 참 중요한데 다른 분들도 많이들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이 소거법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아마 각 지문 마지막 문제인 섬머리일 겁니다. 소거법이라 하면 맞는 답을 고르는 게 아니라 틀린 답을 쳐내는 게 핵심인데, 섬머리 문제에서 잘못된 보기는 두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아예 틀린 이야기를 하는 보기 그리고 둘째, 너무 지엽적인 정보를 말하는 보기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섬머리에서 올바른 보기는 한 다락에서 두 단락 정도의 내용을 general하게 잘 요약하고 있는 거겠죠. 하지만 이 general하다는 게 참 애매해서 소거법을 이용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법칙은 나머지 문제들에도 간접적으로 잘 활용이 되니 꼭 연습하시길 바랍니다. 그외에 제가 약했던 유형이 문장삽입이었는데 이건 꼼꼼하게 체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장들의 구조를 잘 파악하여 적어도 주어와 목적어가 뭔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시험에선 문장을 직접 삽입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집어넣은 후 꼭 다시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확인해 보길 바랍니다.
또 리딩에서는 지문의 주제도 영향이 큽니다. 이번에 친 시험은 더미까지 있었음에도 굉장히 읽기 편한 주제들로 구성돼 있어 만점이 나온 거 같은데요. 저는 보통 정치, 생물학, 천문학 등의 주제가 나오면 좀 헤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만약 시험에 이런 게 나온다면 저도 잘 칠 자신이 없습니다. 따라서 각자 취약한 주제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 리스닝(27점)
리딩에 비해 점수가 떨어져 자신있게 뭔가 말씀드리긴 힘들겠네요. 평소 공부할 때도 편차가 참 심했던 영역입니다. 다만 제가 리딩에선 노트테이킹을 전혀 안 하지만 리스닝에선 '때에 따라'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특히 디테일을 묻는 문제들은 단순 기억력만으론 푸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강의에서 중요해 보이는 고유명사나 어떤 특징들의 열거, 순서를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면 간단하게라도 노트테이킹을 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리스닝이 받아쓰기 시험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노트테이킹하고 그런 건 별로라고 봅니다. 그리고 리스닝에서도 소거법이 잘 적용되는 편입니다. 확실하게 답을 알 때는 상관없지만, 소위 잘 못 들어서 사실상 찍어야 할 때 최고죠. 말도 안 돼 보이는 보기를 일단 쳐내세요. 대신 이 쳐내는 기준은 감이 아닙니다. 적어도 강의의 맥락과 분위기를 파악해서 '강의에서 이런 얘기를 했을 리가 없다' 싶은 걸 쳐내야 합니다. 이렇게 잘 쳐내면 제대로 못 들은 문제라 할지라도 반반은 되고 심지어 정답을 골라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문맥과 맥락을 읽는 능력이 토플 공부를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제가 공부한 기간은 길었지만 실제 집중해서 공부한 것은 시험 치기 전 한 달에 불과합니다. 무식하게 공부하지 않았던 것은 이 문맥을 읽는 방법에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죠. 공부를 처음 시작하거나 지지부진한 분들은 자신이 문맥을 잘 읽는지 체크해 보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스피킹(18점)
이거 때문에 후기고 뭐고 때려칠까 고민도 했습니다. 너무 부끄러운 점수네요. 이거 때문에라도 저처럼 인강도 듣지 말고 학원도 가지 말고 독학하라고 말은 못 하겠습니다. 스피킹은 선천적인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토플 시험만을 위한 요령이 필요한 영역이고 제가 독학하면서 노하우를 찾아가는 스타일임에도 스피킹에선 마땅한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정말 개판으로 지껄이고 왔음에도 18점은 나온 걸 보면 일단 뭐라도 말하고 오는 게 중요한가 봅니다. 스피킹은 잘하는 분들 것을 참고해 주세요.
- 라이팅(24점)
라이팅도 고득점은 아니니 특별히 말할 것이 없네요. 대신 라이팅이 보통 독립형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져 있는데 통합형에서 리스닝 능력과 노트테이킹 능력이 많이 요구됩니다. 이 부분을 확실히 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또 독립형에서 다른 분들도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작성을 시작하기 전 아웃라인을 제대로 짜고 시작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전 이런 부분이 좀 미흡했던 것 같네요.
제가 아주 고득점은 아니라서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고득점자라고 그 공부방법이 일반화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독학으로 이 정도까진 나온다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미흡하지만 읽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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