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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 | 사실 어드미션 포스팅을 적을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2년 전 미네소타 석사를 갈 때 자세하게 썼던것도 있고, 이번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박사 지원을 갑작스레 준비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것도 아니라 랭킹얘기에 조심스러운 내용도 있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부생 신분으로 2년전에 지원을 했던 당시와 현재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고 유학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정도 참고할 내용을 적고 싶은 마음도 있고, 특히 석사 생활을 하면서 마음고생을 정말 심하게 해서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조금 더 신중한 학교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습니다. 한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대체로 타국에서 미국 대학원 지원을 하게 되면 랭킹을 중점으로 학교를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여기 살면서, 다시 지원하면서, 그리고 비지팅을 가면서 느껴본 점은 랭킹이 그렇게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네요. 객관적으로 제가 석사를 하고 있는 학교는 랭킹이 그렇게 높은 학교가 아닙니다 (20위권). 그리고 비지팅을 간 학교는 랭킹이 좋은 편입니다 (5위). 그 밖에 여러 학교 여러 연구실들을 지원하며 찾아봤지만 느낀건 학교 랭킹이라는건 교수 개개인의 자질보다는 학과의 규모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겁니다. (물론 MIT 스탠포드 버클리 칼텍은 예외입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는 서울대, 연고대, 서성한 이렇게 내려가면서 교수의 실적도 달라지고 학교 간판도 달라지다보니, 미국 대학원을 쓸 때도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지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는 랭킹이 달라도 교수의 자질은 크게 차이가 없었던걸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이 학교 저학교에도 빅네임들이 많고, 순위가 낮은 학교에도 실적과 인성이 완벽한 교수들이 있는 반면 순위가 높은 학교에 성격 개차반인 교수들도 있습니다. 학과 규모가 크면 그냥 교수가 많습니다. 안좋은 교수가 많아도 학교 전제척인 실적으로는 필연적으로 플러스가 돼서 랭킹이 높아집니다. USNews 랭킹의 의미는 결국 학과 규모 차이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엄청난 랭킹 차이가 있는 학교가 아닌 이상 학교랭킹보다는 교수를 보고 가는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박사 5년은 정말 길거든요. 지도스타일이 본인과 맞는지도 중요하지만, 교수의 인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현재 지도교수님 밑에서 석사생활을 하며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극한의 micromanaging을 하는 지도스타일에, 성격은 어떤 면에서 봐도 정말 개차반이고, 펀딩 및 박사전환을 가지고 실적 협박하며 1년을 시달렸습니다. 말이 안되는걸 계속 시키다가 결국 안되니 화를 못이기고 작년 9월에 박사전환 안시켜주겠다고 하며 쫓아내려 해서 급하게 박사지원 준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너를 지도할 생각 없으니 여기 남아있고싶으면 석사만 하고 떠났으면 좋겠다', '너에게 추천서를 쓰면 내 명성이 떨어진다', '너 지도를 하느니 3살짜리 내 아들에게 연구시키는게 더 쉽겠다' 등등 얘기를 들었네요. 박사지원은 개인적인 사정이고 실적은 제 일이니 계속 너무나도 바빠서 박사지원 준비도 못했고요. 이리저리 치이다가 11월 말에 논문 겨우 서브밋 하고 박사지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추천서에 뭐라고 적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지도교수가 마음이 바뀌어서 여기 남아서 3년 안에 박사 하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작년 9월때(신입생들에 대한 기대가 컸을 때)까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이 교수의 말이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연구실에 더는 남아있고 싶지 않습니다. 지도교수의 실적도 판단의 요소가 되겠지만 중점적으로는 생각 안하시는게 좋습니다. 실적이 좋은경우 태반이 랩 규모가 크거나, 규모가 작은대신 지도교수가 학생들 갈아넣고 갈아치우는 랩입니다. 그런 곳에서 박사생활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혹자는 대학원생이 고생하는게 당연하고 그런 교수 밑에 있어야 좋은 아웃풋 된다고 하지만,, 직접 겪어보면 글쎄요. 언제 짤릴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서 견디다보면 어느새 본인도 그 성격을 닮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있는 연구실도 실적 자체는 제가 가게 될 곳보다 훨씬 잘 나옵니다. 그래도 겪어봤기에 실적이 중요하지 않다는걸 알게 됐지만요. 실적 좋고 인성 좋은 교수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있고 있어도 머피의 법칙마냥 보통 제 연구분야와는 관련이 멀더라구요.. 사족으로 위험한 발언이긴 하지만, 테뉴어 받기 전의 동양인 교수는 웬만하면 기피하는걸 추천합니다. 이건 시스템의 문제인데, 교수들 사이에서도 펀딩경쟁이 치열하고 아무래도 미국인이 펀딩을 따기에 더 유리합니다. 결과적으로 동양인 교수들이 미국인 교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랩을 유지하기 위해선 실적 압박을 더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 실적 압박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요. 특히 유학생 신분을 악용하는 교수들이 많아요. 안맞으면 미국인 학생들은 때려치고 취직을 알아보는데 유학생들은 그게 안되니까요. 주말에 일하는것도 당연시 되고, 오후에 미팅해서 피드백 왕창 주고 다음날 아침에 보자는 얘기 자주 듣습니다. 주변엔 8년차 9년차까지 졸업을 안 시켜주는 랩도 있습니다. 8년 하면 실적이 쌓이냐 그것도 아니에요. 교수가 프로젝트 펀딩에 눈이 멀어서 논문지도를 안하니 8년 일하면서 제대로 된 논문 하나 없고 졸업도 까마득해서 후회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또 주말에 실험실 나가보면 동양인 교수 그룹 학생들밖에 없어요. 야근문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양인들의 common sense입니다. 아시아계 교수의 홈페이지 prospective students에 'motivated', 'competitive', 'high standards' 등등의 단어가 있다? 거르세요. 물론 대가가 아닌 테뉴어 미국인 교수들의 경우 교수를 직업처럼 여겨 학생들을 케어 하지 않는 경향이 좀 더 있긴 해도 차라리 마음고생 덜 하면서 안정적인 박사생활 하는게 낫습니다. 박사학위의 의미가 스스로 연구를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걸 의미하는데, micromanaging으로 스트레스 받으며 실적을 쌓는것도 스펙이지만 과하지 않은 지도 받으며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스펙입니다. 도시와 생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연구 외적인 요소가 연구에 영향을 크게 줍니다. 시골/도시생활이 본인의 삷과 안맞거나, 생활비가 받는 돈에 비해 너무나도 크거나 하는 이유로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게 어느정도로 큰 일이냐면 이런 이유로 주변에 학위 때려치고 취준하거나 귀국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네소타에서의 삶에는 만족합니다. 차 타고 멀리 나가면 아름다운 호수들이 많고, 집앞에서 오로라를 본 적도 있고 겨울스포츠를 좋아해서 추운 겨울도 괜찮았습니다. 적당한 대도시에 여름엔 이쁘고 치안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그래도 일조량이 부족하니 우울감이 쉽게 오는 것 같아서 따뜻한 동네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네요. 제게는 두가지 옵션 (미네소타 vs 조지아텍) 중에서 이런 요소들을 고민해야 했는데, 미네소타에 계속 남아서 지도교수만 바꿔 박사생활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 조지아텍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가구들이 많아서 이사문제 생각만 해도 깝깝하긴 하지만, 첫해 2개월동안 하루평균 3시간씩 자면서 바쁘게 살다 번아웃이 와서 여기서는 더이상 학업과 연구가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아마 아직 지원하기 전 단계겠죠)에게 꼭 하고싶은말은, 여러 학교를 지원하라는 겁니다. 랭킹이 높은 학교에서 어드미션이 오고 랭킹이 낮은 학교에서 걸러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랭킹이 규모 차이지 들어가기 쉽고 어렵고의 차이가 아니거든요. 때문에 많은 학교를 지원하고 저보다 많은 옵션을 가진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봐서 지도교수의 인성을 미리 파악하고, 순위 뿐만이 아닌 다른 여러 중요한 요소들 (교수가 몇년 안에 졸업시키는지, 지도스타일은 맞는지, 도시가 본인의 성향과 맞는지, 학교 주변 치안은 어떠한지, 차가 필요한지, 날씨는 어떤지 등)을 고루 생각해서 좋은 판단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