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분 전부 연구를 같이 했던 경험이 있는 교수님들께 받았습니다.
- 교수 1: 학부 2년, 석사 1년 동안 연구를 지도해주신 인공지능/강화학습 랩 교수님께 받았습니다. 군대 전역하고 복학하자마자 교수님께 연락해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고, 흔쾌히 랩에서 일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첫 연구주제를 정할 때, 랩이 나아가는 방향과 별개로, 제가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서 연구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는데, 리스크가 크지만 한번 해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 약 1년 동안 연구를 한 뒤, 4학년 1학기인 2018년 11월에 첫 논문을 학회에 투고했다가 리젝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시 그 논문을 수정해서 2019년 2월에 다른 학회에 투고했는데, 다행히도 두번째 시도에 논문이 통과되었습니다. 학부 졸업하고 나서는 여름방학 동안 이 교수님과 계속 일하면서, 첫 논문에서 제시했던 알고리즘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내용의 후속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물을 학회 강화학습 워크샵에서 발표했습니다. - 3년 동안 지도교수님으로 제게 연구지도 뿐만 아니라 커리어 조언, 학회 네트워킹 등 여러가지 도움을 주신 분이고, 대학원 원서 넣기 직전에는 직접 sop와 cv 첨삭도 해주셨습니다. 추천서에는 연구주제 선정과 아이디어, 그리고 독립된 연구자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자세히 써주셨다고 하네요.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 교수 2: 강화학습 이론 연구실 교수님께 받았습니다. 위의 첫번째 교수님과 같이 했던 첫 연구의 막바지 단계에, 이 교수님께도 연락을 드려서 논문 지도를 받았는데 (두 분이 서로 친하고 대학원생 co-advising도 많이 하셔서 자연스럽게 부탁드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머신러닝 이론이나 수식 증명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첫 논문을 학회에 투고한 뒤 리젝 통보를 받고 다시 다른 학회에 투고할 때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교수님과 미팅하고, 필요한 실험을 다시 수행하고, 논문을 리비전하는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 논문이 통과된 뒤 교수님께서 저를 부르셔서, 학부생이 자기 연구에 책임을 지고 논문을 끝까지 통과시키는 과정을 인상깊게 봐주셨다고 하셨고, 박사과정에 지원할거면 추천서도 써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강화학습 분야에서는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대가 교수님이라, 이 교수님과 같이 논문을 쓰고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겐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가 끝나고 나서 교수님의 휘하에 있는 다른 박사과정생이 하는 연구를 도와주면서 3저자로 논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9년 가을학기에는 교수님이 가르치는 수업도 수강하면서, 수업 파이널 프로젝트로 학회 논문을 하나 골라서 실험 결과를 재현하고 결과 보고서를 학회 reproducibility challenge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교수님의 추천으로 보스턴 지역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ML 학회에 스피커로 초청되어 제 연구를 발표할 수 있는 아주 과분한 기회를 얻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아마 위에 서술한 내용이 종합적으로 교수님 추천서에 들어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교수 3: 로보틱스 랩 교수님께 받았습니다. 2018년 봄학기 (3학년 2학기)에 이 교수님이 열었던 대학원 수업을 하나 듣고 간단한 파이널 프로젝트를 하나 했습니다. 2018년 가을학기가 끝나고 교수님께서 자기 랩에서 일해보는게 어떠냐고 제의하셨고, 그렇게 Robotics/Planning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2019년 봄학기는 (첫 연구 논문 리비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이 교수님 랩에서 연구하면서 보냈던 거 같습니다. - 2019년 가을에 학회에 논문을 투고했다가, 한 리뷰어로부터 수식 증명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리젝 통보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증명이 날아가면 이론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이라 좀 암울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수식 오류를 바로잡고 증명을 약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해서 논문을 수정하는데 제가 기여한 일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교수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로는, 제게 그때의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고, 그렇게 연구에 기여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추천서에 써주셨다고 합니다.
* 제 경우엔 학회에 정식으로 통과된 1저자 논문이 하나 있었고, 리뷰 중이거나 리젝 후 다시 재투고를 준비하는 논문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학회 워크샵/초록/포스터 발표 경험들이 몇 번 있었고요. 하지만 요즘엔 학부 때부터 탑티어 ML 학회 프로시딩에 정식 논문을 3~4개 이상 출판한 학생들이 박사 어드미션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고, 그런 엄청난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제 publication record가 그리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만회하려면 학부 교수님들로부터 추천서 세 장을 최대한 잘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 준비 과정 초기에는, 추천서 세 장 중 한 두 장은 그냥 수업을 듣고 성적을 잘 받은 걸로 교수님들께 부탁드릴까 고민도 했지만, 그럴 경우에 사실상 교수님들의 추천서에 DWIC (Did Well In Class) 정도의 내용 밖에 들어갈 수 없고, 연구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대학원 입시에서 DWIC 레터를 받는건 큰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위 세 분의 교수님들과 관계를 쌓으면서 어떻게든 "연구"라는 연결고리로 최대한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설령 억셉된 논문이라는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 전일지라도, 교수님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제 연구자로서의 가능성을 긍정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리고 겹치지 않게) 추천서에 적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박사 어드미션을 준비하면서 그 부분을 항상 최우선순위로 삼았습니다.
* 10월 경에 교수님들께 정식으로 추천서를 부탁드리고 나서, 각 교수님께 5~6페이지 분량으로 제가 그동안 했던 연구 내용들, 그리고 교수님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따로 bullet point 형식으로 정리해서 sop/cv와 같이 보내드렸습니다. 세 분 다 추천서를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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