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공대 박사과정 지원자이다.
5년간 있어야 할 학교를 선택하려고 하니 결정이 너무 어렵다.
그리고 그 학교이름이 내 평생을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니,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더욱 걱정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
사실 4월 15일에 결정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좋지만, 나를 선택해준 교수 입장에서도 좋은 학생을 뽑을 시간이 필요하니 그 전에 결정하는 것이 나를 뽑아준 교수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무리 늦어도 3월 중순이나 말에는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학교를 선택할 때, 고려 해야 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 연구관심분야
- 지도교수
- 학교랭킹
- 학교규모
- 연구장비/프로그램
- 펀딩
- 연구실규모
- 학교위치
- 퀄 합격률
- 연구실 논문 수준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모두에게 좋은 학교란 없는 것 같다.
그럼 좋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나에게 좋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고, 때문에 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는 졸업 후에 교수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응용보다는 기초적인 학문을 연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박사과정은 5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고 그에 더해 익숙하지 않은 외국에서의 생활이기 때문에, 생활하는 것 자체에 즐거움이 크게 필요하다 (연구로든, 연구외적으로든). 이를 고려했을 때 학교 선택의 중요도를 아래와 같이 순서로 정해보았다.
1. 연구관심분야, 학교랭킹, 펀딩
연구관심분야는 내가 박사를 하는 이유이자, 5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게 해줄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관심분야가 학교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솔직하게 학교랭킹에 관심이 있다. 남들보다 랭킹이 높은 학교에서 졸업해서 우월감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랭킹이 높은 학교가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다는 좋은 말로 포장하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 학교를 선택하는데 더 좋겠다. 높은 랭킹은 나에게 정서적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펀딩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집은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금이 없으면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펀딩을 받을 수 있다고 결정이 되도 그것이 장학금, RA, TA인지에 따라 또 다르다. TA의 경우, 수업관련 준비에 소비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 장학금과 RA를 주는 학교를 나는 선호한다. 물론 교수가 되기 위해서 TA 경험이 어느정도 있는 것이 좋겠다.
2. 지도교수, 연구실 논문 수준, 연구장비/프로그램
어떤 지도교수를 만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결국 연구도 사람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는 동료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석사과정 때, 굉장히 잘 통하는 지도교수님과 사수를 만나서 좋은 연구를 많이 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후배들과는 크게 성격이나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시너지를 잘 내지 못했다. 내가 지도교수를 선택하는 기준의 첫번재는 당연히 연구관심분야의 일치도이지만, 이는 1번에서 언급했으므로 다른 기준들을 찾아보겠다. 다른 기준으로는, 교수직급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명성, 성격 등이 있겠다. 성격이야 직접 만나보지 않는 한, 자신의 감에 의존해야 한다. 나의 경우, 매순간순간 학생을 통제하며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교수보다 적당한 조언과 자유를 주는 교수를 선호한다. 선호하는 교수직급은 선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너무 프로젝트가 많은 교수(주로 정교수)는 보통 연구실도 크고 포닥도 많기 때문에 교수와 직접적인 소통은 어려워보인다. 물론 훌륭한 포닥에게 많이 배울 수 있지만, 졸업 때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교수의 경우는, 아직 교수로서의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좋은 가이드를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학교에 조교수로 뽑혔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의 자질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현재 연구실의 논문이 어느정도 나오는지를 보고 이 교수의 열정/능력을 판단했다. 물론 조교수는 테뉴어를 받기 위해 보통 열심히 일한다. 교수를 선택함에 있어서, 나는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하는 교수님, 연세가 많은 교수님, 프로젝트가 많은 교수님을 피했다.
연구실 논문 수준도 고려 대상이다. 보통 그 연구실에서 내는 저널이 내가 입학해서도 내는 저널이 될 가능성이 99%이다. 보통 인용지수가 높은 저널은 그에 맞는 연구주제가 있는데, 연구실의 연구주제가 크게 바뀌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기초적인 연구를 선호하므로, 인용지수가 매우 높은 저널에서 논문을 출판하기가 어렵다. 인용지수가 높은 저널에 내지 못하는 것은 좀 아쉽지만, 어차피 졸업이후에는 같은 분야 사람끼리 경쟁하므로 인용지수가 좀 낮더라도 그냥 내가 선호하는 전문저널에 연구실에서 논문을 많이 내는지가 나에게는 중요하게 보인다.
연구장비/프로그램은 아주 중요하다. 학교나 연구실이 작아서 장비/프로그램이 없으면 박사과정 5년을 연구실 셋업을 하는데 허비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3. 학교규모, 연구실규모, 학교위치, 퀄 합격률
내가 학교규모를 말하는 것은 주립대vs사립대를 의미한다. 이는 펀딩과 연결되는데, 보통 주립대는 학부생 수가 많아서 TA를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나는 (재정이 좋은) 사립대를 선호한다.
연구실규모는 프로젝트의 개수와 연결된다. 연구실규모가 너무 크면 프로젝트가 많이서 교수를 많나기 힘들고 앞서 말했듯이 포닥과 주로 일을 하게 된다. 반대로 연구실 규모가 너무 작으면, 장비/프로그램 세팅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박사과정 초반 3년을 연구실 셋업에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나는 적어도 교수님으로 임용된지 3년정도는 지난 교수님을 선호한다.
학교위치는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서부는 보통 날씨가 좋고, 주변에 기업이 많아서 취직에 유리하다고 들었다. 동부는 날씨가 엄청 좋지는 않지만, 좋은 학교들이 가까이 많이 붙어 있어서 학회를 가거나 서로 코웍을 하기에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전통이 있는 동부를 선호한다. 개별 학교 위치에 따라 날씨, 범죄율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퀄 합격률도 어느정도 고려대상이다. 요즘은 극악무도하게 학생을 떨어뜨리는 학교는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 같지만, 그래도 퀄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이를 너무 의식하면, 퀄 공부 때문에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즉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퀄을 떨어지지 않고 박사과정을 성공적으로 졸업하는 것과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퀄 합격률이 어느정도 높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까지 박사과정 입학을 위한 학교 선택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았다. 나도 올해 9월에 진학을 하는 지원자이고, 여러가지 후기 및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정리를 했는데 어느 정도 논리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제 글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의견을 부탁합니다. 이 글은 제 스스로 학교 선택 이전에 정리하기 위해 쓴 글이므로, 반말로 쓴 점이나 정리가 잘 되지 않은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