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마을에 노을이 집니다.
태양이 장작개비 끝에서 불이 타들어가듯 탑니다.
저러다가 호수에 닿으면 치익~! 하고 꺼져버릴 것 같은 불 타는 노을입니다.
노을을 보고 롯지로 들어가는데,
롯지 울타리 바로 밖에서 아저씨들이 불을 피우고 그 옆에서 불멍을 하고있는게 아니겠어요?
저녁이라 바람도 쌀쌀해지고 모래도 차가워져서 불가가 참 따듯했습니다.
어슬렁 대던 개들이 슬그머니 옆에 와서 꾸벅꾸벅 조네요 ㅎㅎ
저에게도 와서 불 좀 쬐고 들어가라고 해서 앉았는데
아저씨들은 오늘 불 옆에 침낭을 깔고 모래밭 위에서 잘 거라고 합니다.
아침에 호수 위로 해 뜨는 걸 바로 볼려구요.
저도 옆에서 같이 깔고 자겠다고 하니까 좋다고 해서, 같이 노숙하고 다음날 하이킹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롯지 마당은 자그마하고 24시간 가드 아저씨가 항상 지키고 계세요.
늦게까지 롯지 테이블에서 수다 떠는 사람들도 많고 울타리 바로 앞이라서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밤에 하늘을 보고 누워서 별자리가 회전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된 밤이었습니다.
밤새 얼마간격으로 계속 깨기를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별자리가 이만큼 이만큼 옮겨간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침낭 안에 담요를 두 겹으로 뚤뚤 말고 잠들었다가 일어난 아침.
장작은 다 타서 재만 남고 저 멀리 아침 해가 떠오르려고 하늘을 슬슬 지핍니다.
부지런한 엄마들은 벌써부터 나와서 설거지를 하고 있어요.
아침 일찍 아침을 먹고 시작한 하이킹!!!!!
우습게 봤는데 돌산이라서 진짜 바위도 많고 꽤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에는 두시간이 되어서야 오를 수 있었는데
저 바위에 철근 파이프가 박혀있었어요. 그걸 계단삼아 엉금엉금 기어서 오른 험난한 하이킹이었습니다 ㅋㅋㅋ
산에 올라간단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지만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이 바위가 제일 제일 높은 꼭대기에 있는 바위였는데 주위를 보시면 높은 봉우리가 하나도 없죠??
저도 그동안 한 달 넘게 배낭 메고 돌아다녔고, 며칠동안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면 동네 한바퀴 조깅하고 온 터라
체력 좀 있겠지! 했는데 크나큰 경기도 오산이었습니다 ㅋㅋㅋ
미쿡 아저씨들은 킬리만자로를 다녀온 등산 애호가였어요.....
백발이 성성한 아저씨들이 다람쥐보다 빠르게 산을 오르시더라구요
그리고 롯지에서 만난 영국 아저씨도 한 분 같이 가셨는데 그 분은 사파리 가이드여서 식물에 대해서 잘 아셨어요.
사파리 가이드 답게 인디애나 존스 모자를 쓰셔서 우리끼리 좐쓰 라고 불렀습니다.
이 식물은 독성이 있다면서 조심하라고 하시고, 선인장에서 나오는 진액도 보여주시고, 동물 발자국도 알려주시고,
정말 사파리 투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는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네요.
등산을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역시 하산은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30분만에 내려온 것 같아요.
모래밭에 닿자마자 신발이랑 양발 벗어던지고 물로 첨벙첨벙 뛰어들어갔습니다.
이 곳은 마을이랑 좀 멀어서 얼마나 깨끗한 지 물이 정말 투명하죠! 햇빛을 밭아 반짝 반짝 빛나는 드넓은 호수!
다음날 이 아저씨들과 같이 케이프 맥클레이어를 떠나 셍가 베이까지 같이 갔어요.
그 곳에서도 하루를 같은 숙소에서 묵고 같이 몇 끼를 함께하고.
저는 더 있겠다고 했는데 아저씨들은 다른 마을로 떠나겠다고 하셔서 아쉬운 마음에
제가 아침에 계란에 빵을 담궈서 프렌치 토스트를 해 드렸는데 그게 인상깊으셨는지
페이스북으로 저렇게 멋진 말을 남겨주셨습니다 (*put->out)
보라색 아저씨는 아프리카에서 기린고기 악어고기 먹어봤다고 좋아하셔서 옷에 동물들을 그렸고
핑크색 아저씨는 채식주의자라서 과일을 그려넣었습니다 ㅎㅎ
여행은 새로운 사람들을 자꾸자꾸 만나는 여정인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진짜 내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언젠가 아프리카를 다시 가서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여행에서 만난 이들의 국가에도 가보는 것이 저의 다음 꿈입니다.
이 소중한 인연들을 잊을 수 없어서 계속 그리게 되네요.
이번으로 저의 서포터즈 활동은 마무리 되는데요,
사실 제가 계획했던 것을 다 못 풀어내서 좀 아쉬워요 ㅠㅠ
실제로 혼자 여행을 시작하나 것은 여기 말라위에서부터였기때문에
말라위 얘기도 한참 남았고, 에티오피아, 이집트 그림도 너무너무 많이 남았는데...
기회가 되어 또 들려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ㅎㅎ
저의 그림여행 [아프리카를 그려요] 잘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여러분도 작은 여행 큰 여행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여행 즐기는 법을 찾으셔서
2019년에는 더욱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랄게요 (하트)
- 셍가베이 두 아저씨.jpg (2.1MB)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