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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아이엘츠 시험을 본 학생입니다. 감사하게도 점수가 잘 나와줘서 아이엘츠 졸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스피킹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여기 워낙 중요한 팁들이 많이 올라와있어서 굳이 핵심적인 걸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소소하게 한번즈음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법한 내용들만 몇개 올려봅니다. 참고로 학원도 한달 정도 다녀보기도 했는데 너무 문장 틀만 외우게 시켜서 그냥 그만뒀구요. 스피킹 점수를 채점할 때 감독관의 점수가 많이 반영된다느니 아니면 감독관은 그냥 대화하는 분일 뿐이고 원래 녹음 내용은 다른 분이 채점한다느니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기는 했는데 저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전자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감독관의 채점도 반영된다는 가정 하에 써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내용은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점 + 제 친구들의 조언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아이엘츠 스피킹은 프리토킹 연습이 제일 중요하다
첫 팁부터 무슨 당연한 소리를 그렇게 하냐고 하실텐데 아이엘츠 스피킹은 토플에 비해 프리토킹 능력 자체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토플은 주어진 질문에 대해 녹음을 하면 되는거라 틀을 외워서 거기에 내용을 끼워넣어 읊으면 어느정도 되지만, 아이엘츠는 큰 질문 중간중간에도 쉴새없이 짧은 질문들이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결국 순발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런 질문들은 가끔 나의 이전 대답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미리 틀을 외워가는 건 제약이 분명합니다. 가령 제가 마지막에 봤던 시험은 이런 식으로 질문이 들어왔어요.
- 질문: 앞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노동이 어떻게 변할 것 같냐?
- 답: 편리성은 늘어나지만 동시에 노동자가 기술의 발전으로 대체되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 이에 대한 설명)
- 질문: 너가 노동의 대체를 이야기했는데 그렇다면 로봇이 우리 사회에 점점 더 많이 투입되는 데에 대한 너의 의견은 무엇인가?
- 답: 마찬가지로 양날의 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험한 환경에서의 노동을 로봇이 맡게 되면어 산업재해는 줄어들지만 동시에 일자리가 줄어든다 (+ 이에 대한 설명)
- 질문: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 답: 돈이다 (+이에 대한 설명)
- 질문: 왜 돈인가? 너도 원동력이 돈인가?
- 답: (이에 대한 설명)
이런 식으로 짧은 질문들이 꼬리를 이으며 들어오고, 저는 각각에 대한 대답을 해야했습니다. 뒤로 갈수록 이상하게 대화의 템포가 빨라지는 건 덤이구요.
제가 생각하기로 이러한 대화가 빨리 이루어지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건 뭐니뭐니해도 원어민과 많이 대화하고 영어로 된 영화, 드라마 등을 많이 보면서 대화 기술을 늘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단히 시시껄렁한 대답일 수 있지만 저는 이게 제 스피킹을 늘리는 데 제일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을 노리시려면 결국은 많이 말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나 화상채팅 등으로 대화할 수 있는 원어민을 만나는 길은 탄뎀, 헬로우톡, 밋업 등 의외로 다양합니다. 저도 기를 쓰고 친구를 만들어서 몇개월 연습하니 확실히 더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게 되더라구요.
2. 실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일 법한 표현, 관용어들을 책, 노래,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찾아서 외우면 좋다
학원에서 공부하면 쓰기 용이한 문장 등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워두면 너무너무 좋긴 한데 이게 너무 진부한 경우가 많은 게 문제입니다. 학원에서 오래 공부하신 분들 모셔놓고 얘기하면 다 그 표현이 그 표현이에요.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저는 고득점을 위해서는 특색있는 표현들을 첨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좋은 표현 찾아서 책을 다 뒤질 수는 없는 판이고,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나 미디어 매체 등 다양한 영어 작품들 중에서 한두개씩 뽑아서 외워두는 걸 추천드려요. 생각보다 요긴합니다. 너무 이야기가 겉돌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상황에 따라 직접 쓰셔도 되고, citation 형식으로 쓰셔도 좋습니다.
저는 예를 들어 Lauv의 노래를 좋아해서 Lauv 노래 문장들을 몇개 외워뒀었는데, 그 중에 Modern Loneliness라고 해서 지금 소셜 네트워크로 항상 이어져있지만 직접 만나거나 연락을 하지 않는 지금 세대의 세태에 대한 노래가 있어요. 예전 스피킹 시험에서 우연히 이런 소셜 네트워크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어야 했는데 이 노래에서 나온 문장 "We’re never alone but always depressed"을 언급하면서 이 표현이 정확하게 현 상황과 부합한다, 왜냐하면 ~ 식으로 풀어나갔어요. 확실히 억지로 달달 외운 문장보다 제가 평소에 좋아해서 자주 듣던 노래에서 나온 말이다보니 더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구요. 가끔 쉬시면서 노래듣거나 영상보실 때 문장 한 두개 눈여겨두시면 쓸만한 순간이 꼭 옵니다. 물론, 이건 양념을 치는 것일 뿐이라서 긴 시간 할애하시면 안됩니다.
3. 거짓말은 정말이지 유용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거짓말은 정말 유용합니다. 정말 얼토당토 않는 거짓말이 아닌 이상 시험에서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면 거짓말을 입에 달고 시험에 임하셔도 됩니다. 간혹 질문 받으면 진실을 생각하느라고 머리 싸매는 분들 계시는데 시간낭비입니다. 제가 받았던 1분 생각할 시간 주고 2분 답해야 하는 문제가 '너가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직업은 무엇이냐'였습니다.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그냥 평소에 꿈이었던 '교수'라고 답하고, 교수가 가진 단점을 주르르 열거했습니다. 평소에 교수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보니 장점만큼이나 단점을 여러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답변이 편했네요. 너덜너덜해지는 양심은 잠깐 신경쓰지 마시고, 급하면 지어내세요. 친구는 '왜 ~ 물건이 중요하냐'라는 질문에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친구가 생전에 줬던 선물이다'라고 답했다 하더라구요. 어처구니 없지만 진짜 이유를 생각하느라고 몇초 허비보다는 거짓말을 술술 하는 게 백번 천번 낫습니다.
4.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는 문장을 몇개 알아가면 좋다
아무리 원어민이라도 짧은 시간 내에 질문을 연거푸 받았을 때 바로바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생각을 하긴 해야하죠. 이 때 시간을 어떻게 버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한다고 그냥 질문 받고도 가만히 그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몇초 허비하는 건 정말 비추드리구요. 정말 급하면 한두번 정도는 '잠깐 생각을 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잠깐 생각을 할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제한이 있고, 그렇다고 자칫 너무 딴소리를 하다가는 정작 답을 제때 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문장을 몇개 알아가시는 걸 강추드립니다. "Hmm, that's actually a really big question" 등 시간을 끌면서 답할 준비를 하는 문장을 알아가시면 정말 요긴합니다. 만약 질문이 아리까리한 상태면 다시한번 짧게나마 summarizing하는 문장을 말해도 되구요.
제가 추천드리는 건 유투브 영상 등에서 질의응답 할 때 어떻게 응답자가 문장을 시작하는지 눈여겨 보시는 겁니다. 꼭 컨퍼런스 이런 전문적인 영상이 아니어도 됩니다. 아이엘츠 band 7, 8 예시 답변들 영상만 봐도 좋구요. 인터뷰 영상 중에도 괜찮은 것 많습니다.
5. 시간 끄는 방법을 알아가면 좋다
4번이랑 이어지는건데 말문이 막히면 시간 끄는 방법을 알아가면 좋습니다. 말문이 자꾸 막히다보면 감점되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그때 그냥 um... 하면서 허공을 보는 것이랑 "sooo~ in other words~" 같이 특정 단어를 길게 늘리면서 생각할 시간을 버는 건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이것도 이런저런 영상을 보면서 숙지해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6. 말하는 스타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급적 일관적으로 통일하면 좋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 중에 유독 독특한 친구가 있습니다. 여러 질문을 뽑아서 각 질문에 대해 온갖 어려운 용어들을 동원하여 복잡한 답을 만들고는 그걸 녹음기마냥 달달 외웁니다. 그래서 나중에 들어보면 무슨 교수님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시는 듯한 느낌이에요. 그런데 아쉬운 건 여기에만 치중하다 보니 미처 준비 못한 질문들이 들어오면 갑자기 당황하며 표현, 억양 등이 확 달라집니다. 질문에 따라 대답이 극단적인 것이죠.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 준비한 질문: 너는 건축물 중 어느 건축물을 제일 좋아하는가?
- 준비한 답: 나는 에펠탑을 가장 선호한다. 에펠탑은 피상적으로는 노후한 철제구조물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프랑스인의 자긍심과 건축적 우수함이 담겨져있는, 실로 유서깊으면서도 혁신적인 인류의 유산이다.
- 준비하지 못한 질문: 그럼 에펠탑에 올라가 본 적 있는가?
- 준비하지 못한 질문: ??? 음 한번 가봤는데 되게 크고 예뻤다 아래서 밥도먹었다 힣
물론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질문에 따라 답의 형식이나 스타일, 단어 사용 등이 확확 바뀌어버리면 결국 일부에 대해서만 달달 외워 온 게 티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게 모든 질문을 서툴게 답하는 것보다는 낫다지만, 여전히 고득점을 따기에는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건 좋은 표현들을 가급적 한 질문에 다 몰아넣고 쓰는 게 아니라 답변 곳곳에 뿌려서 전반적으로 답변의 질을 고르게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톤과 억양이 나오도록 연습하는 겁니다. 이게 말이야 쉬운데 사실 연습하기가 제일 어렵더라구요. 왜냐하면 질문의 내용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대답을 엄청 자세하게 할 수도 있고, 답변을 제대로 못하게 될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미국 친구랑 대화할때도 처음 지적받았던 게 어떤 때는 제가 pompous하게 얘기하다가도 어떤 때는 또 amateur 같다- 였습니다. 역시나 이 연습을 하기에는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개별 답변을 준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몇분이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프리토킹하는 게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7. 여유가 느껴지도록 손짓 발짓과 시선 처리를 신경쓰면 좋다 (?)
전술해드렸듯이 저는 사실 감독관의 견해가 점수 산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적어도 적극적으로 아이컨택을 하고 손짓 발짓을 하니까 점수가 좋아졌다는 느낌은 받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컨택은 너무너무 당연하구요. 말 할 때 군대 차렷자세로 뻣뻣하게 손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하시는 것 보단 제스쳐도 취해가면서 가급적 자연스러운 태도를 유지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사바사겠지만, 저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반응을 확인하며 제스처를 취할 때 말이 더 술술 나오더라구요. 마스크를 껴서 입모양 자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타 일련의 행동을 통해 '내가 지금 여유롭다'라는 느낌을 내는 게 중요합니다. 거기에 맞춰서 좀 더 유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감독관도 계실테고 아니면 반응 하나 없이 기계처럼 계시는 분도 계실거예요. 위축되지 마시고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행동하시는 걸 장려드립니다.
8. 여유가 느껴지도록 위트 있는 농담을 하거나 문장에 감정을 담아주면 좋다
물론 아이엘츠 스피킹이 왁자지껄 웃고 떠들 수 있는 자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7번에서처럼 본인의 여유를 보여주는 데 아주 가볍고 위트 있는 농담 한두마디 정도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신경쓸 게 많아지면서 그런 것까지 미처 집어넣을 여유가 없으니 초반에 쓰는 걸 추천드려요. 가령 저는 "I have just graduated from ~ and am currently unemployed"라고 얘기하지 않고 "I have just graduated from ~, which is a fancy way of saying that I'm not employed at the moment" 라고 말했는데 감독관 분께서도 순간 좋아하시면서 웃으시더라구요.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만 결국 감독관도 사람인지라 무거운 자리에서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보이는 학생의 첫인상이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웃기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이만큼 여유있다고 보여주는 장치니까 진짜 배꼽잡는 개그를 준비해 가실 필요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질문에 대한 리액션을 할 때 감정을 집어넣어도 좋아요. 딱딱한 말투로 "It's an interesting question"이라고 하는 것보단 밝은 목소리로 "It's actually a VERY interesting question"이라고 하면 더 여유가 느껴지겠죠.
요약
학원 자료만 보지 마시고 프리토킹 연습 많이 하세요
용어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움과 일관성도 연습하시면 좋습니다
노래, 드라마 등 좋아하는 영어 작품도 가끔 참고하세요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주세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내용의 글을 주저리주저리 써놨는데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엘츠 스피킹의 장점은 결국 사람과 대화한다는 점 같아요.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인 건 다를 바 없지만 막상 하다보면 어쨌든간 대화하는 사람도 나와 같은 사람인지라 눈빛으로 간간히 리액션도 해주시고 제가 너무 막혔을 경우 살짝 배려도 해주실 때가 있거든요. 긴장을 최대한 푸시고 편한 자세로 임하다 보면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다들 잘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