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로 대학가기 ~국내파 일반고 영어특기자 입시에 관하여~
들어가며
영어 특기자 전형의 시작을 국제학부 설립으로 잡으면 장장 15년 가량 됩니다. 실시된 지 상당히 오래된 것이지요. 이 전형이 신설되었을 때에는 인지도가 매우 빈약하였기 때문에 입결이나 경쟁률이 무척 낮았습니다. 고우해커스 ‘영어로 대학가기’ 게시판의 옛날 글(2000년대 중반)을 보면 불과 토익 900점대 중반(940~950)으로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를 지원한다는 글이 있을 정도입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지금은 꿈도 못 꿀 일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0년대 초반부터는 전형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소위 ‘꿀 전형’이라는 입소문이 확산되어 경쟁률과 입결이 동시에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목표로 하는 인서울 상위권 대학들은 변별력을 위하여 토익 점수를 받지 않게 되었으며, 토플이나 텝스 점수만 accept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영어특기자 전형의 선발인원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아예 영특 전형을 폐지한 학교도 있을 정도입니다. 즉 선발인원이 급감하고 경쟁률과 입결은 치열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특 전형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은 여전히 ‘그거 꿀 전형 아니냐?’에서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영특 입시생들은 현재
(1) 과거보다 훨씬 치열해진 경쟁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대중적 인식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어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는 입시생들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유학생 출신입니다. 두 번째로는 국내파 외고 재학생 및 졸업생,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내파 일반고 학생들입니다. 유학생이나 외고 출신 학생들은 영특 전형을 준비함에 있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어학적인 면에서 볼 때 국내파보다 훨씬 유창한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선배들이나 교직원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도 쉽습니다.
반면 국내파 일반고 학생들이 영어특기자 전형을 준비한다고 하면 초장부터 상당한 난관을 경험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인(친구들이나 교직원들)로부터 전혀 정서적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너는 외국에 살다 온 적도 없는데 어떻게 외고 학생들이나 유학생들과 경쟁을 할 수 있겠니?”부터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둬라. 오늘부터 정시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 영특 전형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등 각양각색의 반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반대하는 것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특 전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하게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국내파 영어특기자 입시에 대한 각종 미신을 타파하고 관련도나 정확성이 비교적 높은 정보를 제공해 드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본론
영어특기자 전형에 있어 다양한 미신(잘못된 믿음)이 파다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영특 전형은 해외에 살다 온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예전 칼럼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해외 유학 경험이 있어야만 영특 입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왔으나 토익 점수가 900점이 미처 되지 않아 고전하는 경우도 보았고, 반면 해외 유학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영어 특기자 입시의 꽃인 연세대 UIC(언더우드 국제학부)에 합격한 분도 목격하였습니다. 오늘의 칼럼 본문을 읽으시고 영특 전형에 대한 편견이 다소나마 해소가 되셨다면 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영어특기자 전형의 선택 ~어떠한 학생들이 영특 전형을 택하면 효율적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수능 영어 혹은 영어 모의고사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1등급 나오시는 분들이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 일부 유명 영어 특기자 학원들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수능 혹은 내신 영어 3등급 정도만 되면 연고대를 갈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대광고에 다름아닙니다. 물론 영어 3등급인 학생 분들도 꾸준히 노력하면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쟁쟁한 경쟁자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국내파 수험생이라면 영어 모의고사에서 지속적으로, 기복 없이 1등급이 나오시는 분들이 선택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로 내신은 모의고사나 수능보다 변별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내신 영어가 잘 나오더라도, 수능이나 모의고사 영어 등급이 2~3등급에 불과하다면 영어특기자 입시 전형 선택을 재고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2) 대략 어느 정도의 토플 성적을 받아야 하는가?
목표 대학에 따라 다릅니다만, 대체로 토플 117~120점이면 공인 어학 성적 때문에 감점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론입니다. 그러나 117~120의 점수 구간은 유학 경험이 다년간 있더라도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목표를 정립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목표를 세울 때에는
(1) 정시로 입학 가능한 대학
(2) 현재 공인 어학 성적
(3) 입시까지 남은 시간
의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 주시면 좋습니다.
대체로 정시로 입학 가능한 대학보다 2~3급간 가량 높은 라인의 대학을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입시까지 남은 시간을 잘 계산하여 공인 어학 시험을 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1년 미만으로 남았다면 토플보다는 토익을 응시하시는 것이 효율적이고, 원하는 점수를 더욱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공인 어학 성적을 면밀히 파악하고, 어떤 부분에서 취약한지 알아내어 보완하여야 합니다.
아직 고1~고2 여름방학 이전이고 영어 모의고사 1등급, 그리고 토플 점수가 80~90점 정도 나오신다면 토플 초고득점(117~120)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3) 내신과 extracurricular activities의 관리
목표 대학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체로 SKY, 서성한 라인에서는 내신과 과외 활동의 비중이 여타 대학들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서울 중위권 이하의 대학은 내신 및 과외활동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곳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선은 목표 대학을 정하시고, 그 학교의 입시요강을 참조하셔서 비중이 더 높은 항목(영어점수 등)을 중점적으로 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4) 영어특기자 입시에서 유학 경험의 중요성/비중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유학 경험이 있으면 유용하나 절대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헌신입니다. 영특 입시의 2차 전형은 대체로 면접/논술입니다. 이러한 2차 전형에서 유학 경험의 여부를 절대 묻지 않습니다. 즉 유학생보다 더욱 논리적이며 유창한 답변을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합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차 전형이 어떤 유형인지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면 좋습니다. 이를테면 국내파 영특 학생들은 2차 전형이 한국어 인터뷰나 논술일 때 상대적으로 상당한 비교우위가 있습니다. 저 또한 토플 스피킹 점수는 만점이었지만 인터뷰에서 유학생들을 영어로 누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면접, 논술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한국어로 2차 전형이 진행되었던 학교들은 모두 합격하였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토플로 대학가기(영어특기자 입시)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미신에 대해 답해드리려는 취지로 칼럼을 작성하였습니다. 더욱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질문 부탁드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